양상추

A Short Hike 리뷰

2020. 7. 24.
▲누르면 게임 페이지로 이동▲


 원래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콘솔게임보다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게임을 선호하고, 그마저도 PC게임은 끊은 지 오래다. 온라인 게임도 사실 자주 하는 게임이 아니면 자꾸 접속이나 플레이를 잊어버려서…. 게임을 거의 안 하다 보니 지갑도 옹졸해져 버렸다…. 이럴 때마다 게임과는 그다지 알맞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해보고 싶은 게임이 생겨서 스팀을 이용하는 편. 원대한 목표도 심오한 스토리도 없지만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제일 좋아한다. 3D는 멀미나서 별로…. 공포나 전투 요소가 잘 안 맞는 타입의 게이머이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데, <A Short Hike>는 딱 봐도 그런 부류의 게임이 아니다 싶어 덜컥 사버렸다.
 사실 이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한 지는 몇달 됐다. 코로나 19가 한창 전국에 창궐해 난리가 났을 시절에 사서 플레이했다. 목전에 재앙이 도래했으며 앞으로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모른다는 불확신에 의한 공포감이 팽배할 시절.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며 집에서 숨만 쉬고 있는데도(…) 바깥소식으로 지치는 시기였다. 물론 나만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 상태에서 힐링게임을 찾아 하자니 최근 1~2년간 Chill out하는 문화가 왜 급속도로 퍼졌는지 알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각박한 사회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휴식과 평화를 간절히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느꼈다. 조금이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A Short Hike>는 바로 그 Chilling Game인 것이다. 게임 속에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고, 딱히 갈등이나 사건도 없이 평화롭게 섬의 자연을 만끽하면 된다. NPC와의 대화는 간단하다. 수집 노가다 요소도 있긴 한데 그것조차 별로 심하진 않고…. 스토리 라인만 밟으면 2.5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 타임. 수집요소를 좀 챙겨가면서 게임을 켜고 노닥거려도 4~5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상하좌우 키보드와 z,x,c키만 사용하면 되니 플레이도 간편. 번역 구하기가 귀찮아서 그대로 플레이했는데 별로 어려운 어휘도 안 쓴듯? 비공식 한글 패치도 있는 것 같은데 한국어로 보면 좀 더 좋았을라나…. 


 게임 플레이 한지 좀 된 상태에서 찍은 스크린샷들이라 별로 막 시작한 사람의 새로움은 없어 보인다;; 섬을 돌아다니며 돈을 모으고, 아이템과 깃털을 구매해 더 많은 곳까지 여행하고, 물뿌리개로 꽃을 피워 섬을 용이하게 돌아다니면 되었다. 물고기 종류가 얼마 되지 않지만 낚시 시스템도 있다. 동물의 숲 시리즈 낚시가 생각나서 좋았다. 이 게임을 살 당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시리즈가 막 출시된 이후였기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가 없는 마음을 게임으로 좀 달랬기도 함.

전체적으로 조작이 간단한 것도 좋았는데, 아기자기한 시스템이 딱 마음을 달래고 휴식하기에 좋은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플레이했다. 굳이 해야 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NPC들도 나에게 너무 친절하다. 그리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날아다니는 펭귄!!! (이거 진짜 중요해서 볼드+레드 처리함!!!)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게임! 이 부분에 10점 만점에 150점을 주고 싶다. 게임에 그런 의도는 없었겠으나 역시 진정한 힐링이란 인간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스토리는 '주인공(클레어)이 자신의 이모가 경비원으로 일하는 섬 공원에 놀러 갔는데, 하필 전파 수신이 꼭대기 빼고는 안 되는 곳이라 봉우리 정상에 가서 전화를 받아야 한다'가 전부. 플레이 하다 보면 딱히 스토리는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자연탐방 칠링&힐링 게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칠링도 힐링도 아니겠지…? 실제 꼭대기 위에 올라가게 되면 어떤 사연인지 알게 된다. 그러고 나서 시작했던 부분으로 돌아오면 엔딩. 게임을 산 지도 좀 되었고 스토리도 다 봤고…수집 요소만 남겨두고 있는데, 아쉬워서 아직도 엔딩을 안 봤다…(^ ^) 게임 데이터야 리셋해도 다시 쌓으면 되는 거라지만 왠지 아까워서 야금야금 컨텐츠를 다 모은 뒤에나 엔딩을 볼까 생각 중. 섬에 정이 든 것 같다. 아기자기해서 그런가?

 

낚시 중…


 저화질풍 도트 그래픽인데 눈이 그렇게 아프지도 않다. 특히 꼭대기 풍경은 정말정말 장관이다….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이자 또 켜고 싶게 만드는 절경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팀 페이지 스크린샷에 떡하니 걸려 있길래 깜짝 놀랐었다는 이야기. 지금은 내려갔다! 이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꼭 게임에서 풍경을 직접 확인하길! 공략 절대 안 보길!! 안 봐도 그냥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게임에서 비행과 활강,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데 진 짜 좋다…. 마음이 시원해진다. 이것만 하려고 게임을 켜도 될 정도로 기분 좋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펭귄이 마구 날아다니는 걸 보고 끌렸던 기억이 있다. 메이플스토리나 바람의 나라 같은 오픈던전형 게임을 할 때도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뛰어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했는데. 맵에서 혼자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다 미친 사람 취급받은 적도 있었다. 내 적성은 여행 게임에 있었던 게 아닐까…. 게임 속에서 아무 이유 없이 돌아다니는 게 주된 컨텐츠다. 한 번씩 날고 싶은 기분일 때 이 게임을 켰고 방금도 켰다.


이외에도 NPC랑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미니게임도 있다. 달리기 경주나 공 치고 놀기 같은 것들인데, 이것도 한번 시작하면 제법 오기가 생겨서 열심히 붙잡게 된다. 실패했을 때의 패널티가 없다는 게 매력적이다. 평화로운 풍경에 맞는 느긋한 음악도 좋았다. 듣고 있으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짐. 딱 삽입곡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아쉬운 것은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점…좀 더 즐길만한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분량인 이유도 있겠지. 그리고 맵이 생각보다 넓고 복잡한 편이라 길을 잃기에 딱 좋다. 가던 길 좀 잃어버린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게임도 아닌데, 방향 전환이 자동으로 되어서 계속 다른 길로 새게 되더라. 맵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이 게임의 취지랑은 좀 안 맞는 듯도 싶다. 좀 돌아가고 방향을 잊어버려도 갑작스러운 여행을 즐기면 되니까 괜찮았다.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고 정석대로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이랑은 궁합이 안 좋음. 하지만 난 좋았으니까 만족! 외에도 시간대나 계절은 고정이라 게임 접속 시간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지는 못한다. 인디 게임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한다. 


 한창 컨텐츠를 즐기고 힘들 때마다 깔짝깔짝 켜보고 다시 껐었는데, 최근 업데이트를 진행한 모양. 언어를 추가하고 버그를 픽스했는데…들어가 보니 몇 가지 소소한 컨텐츠가 추가되었더라. 못보던 섬이 조금 생겼다. 정말 깜짝 놀랐다. 게임에게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관리하며 업데이트할 일이 생길까? 진짜 DLC라도 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많이 위로를 받은 게임.




 현실이 힘들 때면 주로 가상으로 도피하게 된다. 괴로운 것은 잊고 좋은 것을 보고 싶어진다. 그런 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게임을 구매해 플레이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코로나 19는 종식되지 않고 있고 세상은 어지럽고…. 끝 문단에 와서야 떠올린 거지만 난 Chill out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휴식문화의 필요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동안 휴식과 도피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무르고 평탄하게 살아왔기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게임 속에서라도 평화를 누릴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또 비행하려 게임을 켜고 싶은데 이젠 정말 다른 할 일을 해야 한다!!!




'양상추'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ighthouse> 리뷰  (0) 2020.09.17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리뷰  (0) 2020.09.06
<메이드 인 어비스> 리뷰  (0) 2020.08.27
<이세계는 스마트폰과 함께> 리뷰  (0) 2020.08.20
<미드소마> 리뷰  (0) 2020.08.09